문화라는 이름의것들

어거스트 러쉬

늘푸른재가노인복지센터 2008. 1. 3. 21:04
  
▲ 어거스트 러쉬 음악이 만들어 준 인연
ⓒ CJ 엔터테인먼트
어거스트 러쉬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세상의 나 같은 타인

 

내겐 남편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남편보다 더 오랜 지기가 하나 있다. 짐작하셨겠지만 그는 물론 남자이다. 그와는 그 흔한 악수 한 번 제대로 나눈 기억이 없다.
(중략)

그러나 그를 생각하거나 또 그와 만나 대화를 하고 있으면 또 다른 내가 세상 밖에 존재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곤 했었다. 그만큼 그와 나의 정신세계며, 사고 유형이 닮아있다는 얘기다. 너무나 닮은 남자와 여자…….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중략)
난 운명적인 사랑은 있으며 그 사랑은 분명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시점에서 작용되어 짐을 확신한다. 물론 이런 말로 나의 지기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인간에겐 자기통제 불능의 영역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

(중략)
그도 나도 더 나이가 들고 인생의 길이 환히 보일 때 쯤, 안개 걷힌 새벽의 상큼함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때론 이 세상 그 어느 곳에 나와 똑같이 닮은 이성이 하나 살고 있고, 그와 아름다운 노년이 되어서 만나리라는 희망 하나만으로도 내게 힘이 될 때가 있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그와 나의 관계를 아무런 저항감 없이 영혼의 동반자(soul-mate)
라 불러주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난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신의 선물이라는 음악, 즉 천상의 선율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과 기적만큼은 조금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절대 음감의 선율로 풀어낸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진 날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어거스트 러쉬
ⓒ CJ 엔터테인먼트
어거스트 러쉬

가을은 이미 가고 없지만 오늘은 왠지 자끄 프레베르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의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우리가 닮은 것은 노래에서였지(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그대는 나를 사랑했고, 나 또한 그대를 사랑하여 (Toi, tu m'aimais, moi, je t'aimais)
둘이서 함께 살았다네(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2008.01.03 15:4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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