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신 외에도 매력이 넘치는 영화 <색, 계>
1938년 홍콩,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으로 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왕치아즈(탕웨이)'는 교내 연극부에 가입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연기가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그 연극부는 항일(抗日) 운동을 벌이는 학생 단체였고, 급기야 친일파의 핵심인물 '이(량쟈오웨이)'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왕치아즈의 인생은 급변하게 된다.
단원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연기력을 자랑했던 왕치아즈는 '막 부인'으로 위장해 '이'에게 접근하고, 두 사람은 사랑(色)과 경계(戒)라는 괴리된 감정에 각각 한 쪽 발을 담근 채, 서로의 몸과 마음을 나눈다.
이안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까지 '막 부인'과 '이'의 솔직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관객들은 격정적인 멜로 장면을 보면서도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줄거리만 보면 여성 스파이가 적지에 위장 침입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첩보 영화'로 분류할 수 있지만, <색, 계>는 할리우드 첩보 영화의 관습을 따라가는 오락 영화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157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영 시간도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1930~40년대에 한국 역시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친일파', '항일', '독립운동' 등의 단어도 낯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 관객들에 비하면 한국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지만, 필자는 친일파를 죽이기 위해 신념을 가지고 작전을 짜는 연극부원들을 보면서, 너무나 젊은 나이에 '거사'를 실행했던 윤봉길 의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탕웨이-량자오웨이, '신구 투톱'의 절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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