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이름의것들

[스크랩] 아무도 몰라야 진짜 휴가지다

늘푸른재가노인복지센터 2006. 7. 25. 13:03
 
비인만은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에서 비인면 다사리까지 이어진다. 제법 규모가 있는 홍원항, 바다에서 해가 뜨고 바다에서 해가 지는 마량포구, 넉넉한 서해의 풍광을 간직한 달포리, 산자락 뒤에 부두를 숨기고 있는 다사리 등 작은 포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중 비인만의 어느 해변보다 아늑한 느낌을 주는 달포리는 지도에는 월호리로 나와 있다. 해변은 물이 빠지면 1㎞가 넘게 모래밭으로 변한다. 한쪽 귀퉁이 개흙이 섞인 바다에는 김 양식장이 있다. 물이 빠지는 사리 때면 관광객들이 몰려와 맛을 잡는다.
다사리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험하다. 마을 입구는 차 한 대가 겨우 달리는 시멘트길이고, 산모퉁이에 숨어 있는 방파제까지는 모래밭과 뾰족한 돌조각들을 피해 건너야 한다.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량포구는 비인만에서 게눈처럼 불쑥 튀어나온 곳이다. 부둣가에 포장마차 횟집이 늘어서 있다. 물이 빠지면 면사무소 앞에서 바로 앞 띠섬까지 육지로 연결돼 진도 못지않은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다. 길이는 1㎞ 정도로 때만 잘 맞추면 바지락, 소라 등을 주울 수 있다.
홍원항은 샘구석과 육굴, 남굴, 홀리, 장벌, 유지 등 뭍으로 파고든 10여 개의 작은 마을이 모여 있다. 항구가 앞뒤로 탁 트여 시원하다.
비인만은 7~8월은 휴어기. 백조기는 8월 말부터, 꽃게는 9월부터 잡히지만 맛은 사시사철 잡힌다.
백제 무왕 때부터 한산 주류성 사람들이 즐겨 마셨다는 충남 서천의 토속주인 한산소곡주도 맛볼 수 있다. 또 서천의 또 다른 명품인 세모시를 볼 수 있는 새벽시장도 명물이다.
 
내린천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에서 소양강 좌안으로 합류하는 소양강의 지류다. 인제 현리에서 깊은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피아시, 궁동 유원지를 거쳐 합강유원지까지 이어지는 하류 30㎞ 구간은 1990년대 중반부터 래프팅 코스로 유명했으나 인제 상남면 미산리쪽 상류는 비포장길이었다. 그동안 깊고 깊은 산골에 꼭꼭 숨어 있던 내린천 최상류를 따라 강변도로가 뚫렸다.
내린천 최상류는 오대산과 계방산, 구룡덕봉, 가칠봉, 숯돌봉 등 1,000m가 넘는 봉우리에 둘러싸인 해발 400~500m 안팎의 분지인 탓에 계절이 서울보다 한 달 정도 늦다. 여기서부터 개인약수 입구인 15㎞ 정도는 내린천에서도 경관이 가장 뛰어나다.
초입인 살둔마을 고개를 넘어서면 용이 승천을 기다리며 몸을 꼬고 있는 듯 산과 산이 휘어져 있고, 그 깊은 골짜기를 내린천이 휘감고 돌아간다. 불과 2~3㎞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산과 산 사이로 내린천이 돌아 흐르는 태극 모양의 물골을 세 군데나 만날 수 있다.
 
금강 상류인 충남 금산 천내강은 강줄기를 에워싼 바위벽이 까마득하게 높다. 물살은 바위산을 이리저리 휘감으며 시원스레 흐른다. 버들치, 어름치 등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는 다 볼 수 있다.
금강은 전북 진안의 진안천과 무주의 적상천, 남대천 등이 만나 금산으로 접어들면서 물줄기가 굵어지고 강다운 외양을 제대로 갖춘다. 금산을 적시며 흘러온 강물이 영동으로 빠져나가기 직전인 제원면 천내리 주변에 천내강이 있다.
지도에는 금강이지만 금산 사람들은 강 건너 낙안 들판을 끼고 있는 천내리 이름을 따 천내강이라고 한다. 천내강은 여기서 산줄기 하나를 돌아 충북 영동의 양산으로 흘러 송호리 주변에 양산팔경을 만들고 다시 옥천과 보은을 지나 대청호로 이어진다. 대청호를 지나면 다시 공주와 부여, 군산을 통해 서해로 흘러든다.
시멘트로 포장된 강변을 5분쯤 달리면 마달피관광농원 앞에서 길이 끊긴다. 반딧불이 집단서식지다. 물줄기를 따라 더 들어가면 적벽강이 나오지만 차량은 부리면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금산 금강의 최상류인 적벽강은 전북 무주와 경계에 있다. 산을 휘돌아가는 강줄기는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위벽이 붉은데다 양쯔강 상류의 적벽강과 흡사해 적벽강이라 부른다. 강줄기가 꼬리를 감추는 바위절벽 너머는 옛날부터 약초꾼들이 드나들던 심산이다. 지금도 마을은 1960~1970년대 그대로다.
올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10일간 국내 최대의 인삼산지인 금산의 인삼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예년보다 기간을 3일 늘리고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했다.
 
괴산 칠성면 갈은리 갈론마을은 높지 않은 봉우리, 반석을 휘돌아 흐르는 아홉굽이 계곡의 청류가 인상적이다. 화양동, 선유동, 용추동 등 예부터 은둔지자들이 몰리던 내륙의 섬 속리산에 숨어있는 오지마을이다. 화양구곡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밟으면 계곡을 가로지른 작은 댐을 만난다. 괴산 수력발전소다. 시멘트 포장길도 딱 끊기고 댐 옆으로 비포장길이 꼬리를 감춘다.
댐에 물길이 막힌 칠성호는 운치가 있다. 강 가운데 모래톱이 기다랗고 댐을 지나 강마을 비탈진 산골에서는 시골냄새가 물씬하다. 마을 어귀에 들면 자그마한 나루를 만난다. 농가 한 채뿐인 강 건너 산마을을 오가는 나루다. 그늘막뿐인 나루에는 전화가 한 대 놓여있다. 뱃시간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라 전화를 하면 배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댐 입구에서 마을까지는 5.3㎞. 버스도 들어가지 않는 오지다. 옛날에는 아예 배를 타고 물길로 다녔다고 한다. 산자락 사이 계곡을 따라 마을이 길게 놓여 있다. 오른쪽은 옥녀봉(599m)이고 왼쪽은 군자산(948m)다. 육녀봉 바로 앞 야트막한 수리봉은 옥녀의 도톰한 젖가슴이라고 한다.
마을 뒤는 청정계곡으로 물이 맑다. 갈은동문, 갈천정, 강선대,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제, 칠학동천, 선국암 등 바위마다 이름이 붙은 갈은구곡이 있다. 생긴 지 300년 됐다는 이 마을은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인 이원극 등 유명한 사람이 많이 거쳐 갔다. 구한말에는 프랑스의 칼레신부가 박해를 피해 숨어지내기도 했다.
 
강원도 양양의 법수치와 면옥치, 강릉 연곡의 부연동. 강줄기를 따라 흩어진 길과 마을이 긴 초승달 모양이다. 북서쪽으로 설악산, 남쪽으로는 오대산. 산그늘이 길어서인지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은 쌀쌀하다.
 
남대천 윗골. 상류, 하류 할 것없이 수량에 큰 차이가 없고 물이 수정같이 맑다. 아직도 촌로들은 박달나무 국수통으로 국수를 빼고, 나무통에 토종벌을 친다.
 
법수치란 불가의 법수(法水)같이 물이 잦아드는 법이 없는 산마을이라는 뜻. 여름엔 은어가 올라오고 봄에는 황어, 초겨울엔 연어가 올라온다. 청와대를 지을 때 이곳에서 소나무를 베어 헬기로 실어 날랐을 정도로 숲도 좋다. 밭이 거의 없어 토종벌을 치거나 버섯재배로 살아간다. 법수치는 원래 화전민 마을이었다. 한때 수십 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16가구 30여 명뿐. 법수치 물은 허리춤 정도가
대부분이다. 상류는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법수치와 물길이 닿아 있는 하면옥치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하고 대신 윗마을 상면옥치 쪽만 개방했다.
법수치는 부연동과도 물길이 닿아 있다. 법수치 너머 합실이 부연동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만나는 곳이지만 역시 휴식년제로 묶여있다. 대신 어성전에서 부연동으로 갈 수 있다. 어성전 1교를 건너면 부연동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부연동까지는 비포장으로 꼬박 25㎞. 산길이지만 흙이 단단해 승용차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오대산 뒷골은 모양새가 가마솥 같고 소와 담이 많아 부연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옛이름은 가마소다. 시골집 20여 가구가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예쁜 마을 길 옆으로 강줄기가 뻗어 있다.
출처 : 아무도 몰라야 진짜 휴가지다
글쓴이 : 이정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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