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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말로 유명한 대영 제국. 근대의 대영 제국은 콜럼버스를 기용해 신대륙 개척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스페인에 이어, 강력한 해군을 바탕으로 식민지 개척에 열성을 기울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말도 전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식민지들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말이다. 영국 해군의 위력은 대단했다. 유럽의 강력한 지배자로 군림했던 나폴레옹으로부터 영국이 안전할 수 있었던 배경도 바다와 해군에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프랑스마저 무너뜨린 히틀러였음에도, 그에 대해 끝까지 항전할 수 있었던 힘도 근본적으로는 바다와 해군에 있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이처럼 바다의 축복으로 국토를 지키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영국과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식민지를 개척하고 관리하기 위한 국영기업이었던 '동인도 주식회사'와 해적 사이의 알력을 바탕으로, 어른과 아이가 같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판타지와 결합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조니 뎁이라는 천재적인 배우를 내세우면서 영화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조니 뎁, 천재의 명성에 걸맞는 완벽한 해적 연기
하지만 그런 폭력의 시대에는, 늘 기득권 세력을 우롱하면서 독자적인 이득을 취하는 무리도 있는 법. 스페인 상선의 재물을 탈취하던 '애꾸눈 웰시'나, 옥스퍼드호를 이끌던 전설적인 해적 헨리 모건 등, 18세기 초의 카리브 해는 이런 해적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호위선박 없이는 상선이 항해를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대개 바다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며, 자유와 모험을 즐겼다. 조니 뎁이 맡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는 그런 꿈을 안고 바다를 누비던 그 당시 해적들의 이미지가 투영된 캐릭터다. 주류와 비주류를 오가며, 모두의 환영과 구애를 받는 천재배우 조니 뎁은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시리즈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는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차즈'의 매력과 1980년대에 AFKN에서 방영했던 버라이어티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루니 툰(Looney Tunes)'의 캐릭터로 알려진 '페페 르 퓨(Pepe Le Pew)'의 황당한 배짱을 ‘잭 스페로우’ 캐릭터 속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하나의 역할에 매끄럽게 녹일 수 있는 것도 조니 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팀 버튼 감독이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를 통해 그를 알게 된 영화광들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번 "역시 조니 뎁"이라는 감탄을 할 것이다. 영화에서 간간히 엿보이는 '잭 스패로우'의 과장된 몸짓도 다른 배우가 선보였다면 그 웃음이 다소 반감됐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가위손>에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였기에 더욱 재미있게 느낄 것이다. 때로는 정의로운 것 같지만 목숨이나 위험 앞에서는 약삭빠른 '잭 스패로우'는 18세기 초 당시에 바다를 누볐을 해적들의 모습이 손에 잡히는 듯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기본적으로는 제리 브룩하이머 표 영화다운 블록버스터 대작이지만,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전형적인 주인공의 이미지에서 한 발짝 벗어난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 자체를, 그리고 그를 연기한 조니 뎁을 사랑한 것이다.
<마우스헌트>로 데뷔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연출하며 입지를 굳힌 고어 버번스키 감독이지만, <링>이나 <타임머신> 등의 영화를 보면 그는 가끔씩 기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편의 완성도와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라는 이름값이 시리즈의 2편인 <망자의 함>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망자의 함>은 카리브 해를 주무대로 활용했던 1편과는 달리, 인도양과 아시아도 등장하는 등, 무대 범위가 더 넓어졌다.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인 '잭 스패로우'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도 조니 뎁의 역량에 힘입어 1편보다 더욱 강해졌다. 스릴 넘치고 짜릿한 모험 장면은 언제 어디서든 관객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편보다 더 깊어진 캐릭터의 변형과 갈등 관계에 관한 묘사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잭 스패로우'의 행보는 1편보다 더욱 예상하기 어렵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은 '엘리자베스 스완'은 모험영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처럼 가만히 앉아서 잘 생긴 왕자님이 구출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혹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손에 칼을 들고 변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점잔빼느라 하루 24시간을 소모하던 그 당시 귀족들이나 공주님들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인데, 비단 사랑 뿐 아니라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반갑게 느껴진다. <망자의 함>에는 그런 캐릭터들의 진화도 그렇지만, 해적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과 비애가 대강의 줄거리에서부터 드러난다는 것도 흥미롭다. '잭 스패로우'가 보여주는 약삭빠른 행보에서는 늘 위험을 안고 사는 해적의 살아남는 방법을 잠깐이나마 음미할 수 있으며, 궁극적인 악역인 '데비 존스(빌 나이)'나 거대 낙지 괴물 '크라켄'에게는 해적이 근본적으로 걸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과 그에 대한 대처가 엿보인다. 자유와 꿈을 누릴 수 있으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이 겪어야 할 통과의례이자, 어쩔 수 없는 운명일 수도 있다. 낙지 괴물의 힘찬 발놀림(?)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선원들의 한판은 결국 카리브 해에 수장된 해적들의 거친 삶이 스며든 장면들인 것이다. 갈등과 갈등의 충돌, 그리고 기구한 운명의 복합된 충돌, <망자의 함>은 그렇듯 한마디로 충돌의 연속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역사에 기반한 심오한 장면들로 보일수도 있지만, 브룩하이머 표 영화다운 즐거운 장면들과 조니 뎁의 능숙한 연기는 그런 장면들을 관객이 즐겁고 편안하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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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를 한편보자./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한)
글쓴이 : 카시오페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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