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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나는

늘푸른재가노인복지센터 2009. 2. 23. 11:24

당신에게 나는

진한커피같기보다는 구수한 숭늉같고싶습니다.

당신피곤한 어깨에 실린 어둠이기보다

새벽녁 손을뻗어 당겨지는 차가운 냉수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올릴때면

화려한 장미이기보담 봄날 지천으로 피는 핏빛진달래이고 싶습니다.

또한

지루한 장마끝자락에 다소곳이

퍼지는 여름햇살이고 싶습니다.



내가 그리울때면

화려한 조명밑 입술에 묻을까 조심하며

끌어당기는 스파게티가 아니라

무시넣고 신김치 종종썰어 끓인 청국장이 생각나게 하고싶습니다.



깊은 가을날 서걱거리는 가슴가득

당신의 머리칼속에 숨겨진 하얀 세월을 찾아

연민으로 지새는 밤이고 싶습니다.



퇴근길 코트속에 감추어진 봉지속의 풀빵이고

무심코 손을 넣어 조물락 거리는

주머니 속의 열쇠고리 처럼 나는 당신의 구속이고 싶습니다.



내가 어느날 머얼리 떠나도

아침이면 창가에 걸리는 햇살

거실가득히쏟아져들어 당신의게으른 잠을깨우고

저녁이면 스치는 바람에 숨결을 전하며

온새벽 당신의 머리맡을 지키며

따사로운 눈길을 주고 받고 싶습니다.



내사람이여

나는 당신에게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하루종일 머무는 햇살이고 싶습니다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