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이름의것들

[스크랩] 영화 한편 보자/ 묵공

늘푸른재가노인복지센터 2007. 1. 9. 10:41
정통무협 표방, 리얼리티와 풍성한 내용이 매력 만점
[리뷰] 제대로 된 알짜배기 무협영화 <묵공>
 
▲ 항엄중과 혁리의 대립은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한다.
언제부터가 '무협영화' 장르는 인기장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와호장룡>이 세계무대에서 인기를 끌고 나서부터 아류작이 넘쳐나고, 그 와중에 다시 무협장르에 식상해진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게 되었다.

또 무협영화의 제작도 뜸해지면서 좀처럼 극장가에서 제대로 된 무협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국내에서 제작된 <중천>이 찬반양론이 불거지면서 극장가를 찾았지만 여전히 국내 무협영화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홍콩 무협영화는 장쯔이가 연이어 <인연>과 <아연>에 출연하며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영 신통치 않다.

그래서 점점 90년대 무협영화들이 인기를 누리다 사라진 것처럼 이번에도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정통 무협을 표방하며 등장한 영화 <묵공>이 있으니, 용감무쌍한 시도에 박수부터 보내야겠다.

특히 이 영화는 아시아영화가 세계무대로 당당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의도 아래 한중일 삼국이 제작에 참여를 하여 만들어진 만큼 영화에 대한 세계 시장의 평가가 어떨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의 브리핑
"
그 가운데 다른 아류작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이 포착되었다. 정말 그들의 말대로 정통무협을 표방한 것처럼 <묵공>은 <와호장룡>과 비교될 만큼 스토리 구성과 액션 등이 남다르다.

게다가 우리의 국민배우 안성기가 출연하며, 10대들의 우상 슈퍼주니어 멤버인 최시원이 등장한다니, 우리 관객들도 무심코 넘어가지는 못할 듯 보인다. 더욱이 잘 만들어진 무협영화인만큼 시들어지는 무협장르의 불씨가 될 이 영화를 한 번은 꼭 봐야 할 것이다.

영화는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제자백가를 등에 업고 전국을 통일하고자 전쟁을 치르는 양육강식의 법칙이 살아있는 시대. 강대국 조나라가 연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나서는데, 그들에게 험난한 장애물은 길목에 위치한 양성. 군사 4천명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성이지만 중요한 요충지로 만만치 않은 곳이다.

10만 대군을 몰고 온 조나라의 군대가 양성에 도착하자, 군주는 묵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묵가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윽고 항엄중(안성기)이 이끄는 10만 대군이 도착하고, 묵가에서 온 혁리(유덕화)가 제갈공명과도 같은 전략으로 10만 대군을 물리치고 양성을 구한다.

일약 영웅이 된 혁리. 하지만 그를 질투하는 무리는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할 모략을 준비하고, 더불어 전투에 실패한 항엄중은 다시 양성을 물리칠 묘책을 찾아낸다. 이러한 곤경에 처한 혁리는 다행히도 왕세자 양적(최시원)의 도움으로 성을 빠져나가고, 다시금 양성을 구한다.

영화의 내용은 정통무협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내용이다. 그래서 자칫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영화는 전쟁과 평화라는 대립하는 개념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묘사에 초점을 맞춰진 무협영화이다. 하지만 그 안에 '왜 우리가 싸움을 하는 것일까?'라는 자기반성의 모습이 비친다.

이 덕분에 영화는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고 단조로운 전쟁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 줄곧 평화를 노래하고 있으며, 주인공 혁리가 가진 묵가사상이 영화 내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묵가사상의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겸애'이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가 동등함을 의미하는 겸애는 계속되는 전쟁의 이유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기 때문이며, 사랑이 있다면 전쟁이 없는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상을 지닌 것이 바로 묵가사상이다.

이러한 묵가사상이 영화 전반에 흐르면서 평화주의와 인본주의를 대변하고 있으며, 그 중심축에 선 인물이 바로 혁리이다. 혁리는 난세의 영웅이지만 전쟁을 하는 데에 스스로 반성을 하며, 겸양의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다. 즉, 가공의 인물로 묵가사상을 대변하고, 춘추전국시대의 전쟁의 허무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찌 보면 너무나 긍정적인 인물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일.

▲ 혁리와 일렬의 로맨스로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 두배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에 전쟁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이 영화가 단지 무협영화에 머무르는 범작에서 수작으로 끌어올리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항엄중과 혁리라는 두 인물을 대립시켜, 전쟁의 본질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영화는 평화를 노래한다.

여기까지 듣는다면 너무나 교과서적인 이야기들로 무장한 영화여서 지루한 게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로맨스를 더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는다.

양성의 기마부대를 이끄는 일열(판빙빙)과 혁리의 로맨스다. 이들의 로맨스는 단조로운 내용을 보완해 주며, 더불어 인본주의 묵가사상을 강력하게 전달해주는 요소로 작용하여,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감동이 더해진다.

이와 함께 왕세자 양적이 머무는 궁궐 안의 이전투구도 그려지면서 표면적으로 항엄중과 혁리의 대립과 갈등이 초점이 된다. 그러면서도 부수적인 궁궐 내의 이전투구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묘사하고 있어 내용이 한결 풍요로워졌고, 주변부의 캐릭터도 살아나게 되었다.

▲ 궁궐 내의 이전투구를 담아내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다.
영화 <묵공>은 전체적으로 정통무협을 표방하며 내용 면에서는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 등에 대해서 나름의 각각의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 냈다. 그 덕분에 영화는 한층 다른 무협 아류작과 달리 내용 면에서나, 액션 면에서 남다른 매력을 지니게 되었고, <와호장룡>을 잇는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할 만큼 훌륭하다.

물론 <와호장룡>처럼 색다른 신선한 무협장르의 영화를 개척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적어도 아류작으로 실망을 줬던 다른 무협영화와는 달리, 액션에서도 화려하고 스팩터클한 기법으로 일관하지 않고, 리얼리티를 살려내기 위해 애를 썼다. 이런 점과 스토리 면에서도 적절하게 전쟁과 멜로의 이야기를 강약조절하며 잘 담아냈다는 점은 제대로 된 무협영화를 볼 수 없었던 관객들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비교적 단조롭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묵공>이 과연 무협영화를 살려내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들을 실망시키는지 않을 것 같다.
출처 : 영화 한편 보자/ 묵공
글쓴이 : 이윤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