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이름의것들

사람냄새 나는 곳을 가보고 싶다.

늘푸른재가노인복지센터 2006. 3. 8. 13:37
▲ 갈매기 한 마리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비상하고 있다.
ⓒ 정도길

▲ 괭이갈매기. 날개 짓이 힘차다.
ⓒ 정도길
삼천포 어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손님은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통사정을 하며 주인을 치켜세우면서 칭찬에 열을 올리고, 주인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으로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기 신경전이 치열하다. 개조개를 그림 그리듯 네모나 원형 모습으로 놓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 개에 500원부터 1500원까지 크기별로 다양하다.

멍게를 두 조각으로 싹둑 잘라 다듬는 손이 보통 사람의 손이 아니다. 따뜻한 국물을 데우면서 홍합을 까는 저 할머니의 손은 몇 년을 연습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숙련되지 않을 정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손을 놓지 못한 할머니의 두 손에서 아들 딸이 대학도 갔을 것이고, 나이 들어 돈 못 벌고 애 먹이는 영감님 소주도 사 주었을 테고, 지난 설날 오랜만에 고향 찾아온 손자들께도 용돈도 주었으리라.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경매를 하기 위해 개조개를 정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림 그리듯 놓느냐고 물으니, “보기도 좋고,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지”라고 한다.
ⓒ 정도길

▲ 홍합을 까는 할머니의 손. 삶의 흔적을 가냘픈 저 두 손은 알겠지.
ⓒ 정도길
다른 한 쪽에서는 하루 종일 서서 고기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숭어 한 마리 물통에서 건져 올려 비늘 벗겨, 배를 가르고, 회를 썰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삼분이 걸리지 않는다. 회를 써는 솜씨가 한석봉의 어머니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삼천포 어시장에는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이 아직도 직업 전선에서 아름다운 삶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참동안 구경을 하고서야 할머니가 정성스레 썬 회 한 접시를 한 푼도 깎지 않고 샀다. 이십 년 전의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시장 바닥에서 대야를 놓고 생선과 조개와 홍합과 해초를 팔아 일곱 남매를 교육시키면서 육칠십년 대를 살아 온 평범하지만 장한 어머니다. 그 장한 어머니가 생각났기에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아니 깎을 수가 없었던 것이 내 진심이었으리라.

▲ 한석봉 어머니의 손보다 손놀림이 더 빠른 할머니의 손.
ⓒ 정도길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회가 가을에는 전어회가 제일 맛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도 거제도 촌놈(?)이지만 도다리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주로 뻘밭에서 자라는 제도다리, 자갈밭에서 자라는 자갈밭도다리, 참도다리, 점도다리, 돌도다리, 담배재이도다리 등 많은 종류의 도다리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제일 맛이 있고 비싼 것이 돌도다리로서 kg당 경매가로 15만원을 호가한다. 이 곳에서 회를 먹으려면 어종별로 가격차이는 다소 있지만 보통 4인 기준으로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 회를 썰어 초장과 야채를 별도로 파는 식당에서 맛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와서 회 한 접시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포구의 갯내음과 싫지 않은 어촌가의 비린 향기를 맡으며 먹는 봄도다리 회가 정말 맛있다.

▲ 싱싱한 횟감이 즐비한 삼천포어시장.
ⓒ 정도길
삼천포 어시장, 삶을 느끼는 현장이다. 북적대는 어시장이 그래서 더욱 좋다. 이 봄철에 생기 있는 사람의 모습과 팔딱거리는 싱싱한 회 맛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삼천포 어시장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보시라. 얼굴에 삶의 주름선이 선명한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회 한 접시 사서 상치에 쌈을 싸고 입 안 가득 넣어 봄의 향기를 맡아 보자.

저 갈매기 처럼 날아도 보고 싶고 저 여인(?) 참 고왔을 여인들고 ㅏ함께

좌판에 퍼질러 앉아 쐬주 한잔 나누며

네설움 내설움....... 온통 소리내어 꺽꺽 ...........

울고 싶다.

사람냄새  나는 곳을 찾아가서...........

 

ⓒ 정도길